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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줄탈퇴 뒤엔 한국 남자 박탈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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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5 05:35

3일 오전부터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터넷 서점 ‘예스24(YES24)’ 탈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회원들은 “예스24 탈퇴하려고 휴면 계정을 활성화했다”며 인증 글을 남겼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전날 예스24가 운영하는 문화웹진 ‘채널예스’는 회원들에게 『한국, 남자』라는 책의 광고 이메일을 보냈다. 문제는 “어쩌면 그렇게 한(국)남(자)스럽니”f라는 제목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스24는 젠더 이슈 논란에 휩싸였다. ‘한남’이라는 표현은 최근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남자를 비하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예스24가 광고한 『한국, 남자』는 한국의 남성성을 분석한 책이다. 출판사인 은행나무 측은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젠더 문제에서 지금까지 초점은 여성의 문제에 맞춰져 있었다”며 “저자는 그 나머지 반절, 성별 질서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성을 중심으로 젠더 문제를 고찰하고자 한다”고 책을 소개했다.

최씨는 지난 10월 책을 출간한 뒤 수 차례 인터뷰를 통해 저서를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최 작가는 “한국 남자라는 존재가 요즘 현대사회에서 굉장히 곤란한 존재가 되고 있다”며 군대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한다는 뜻의 ‘군무새’라는 용어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군 경험이라는 게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했다. 그는 “집단 트라우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특히 박정희 때 군 징병제도를 굉장히 강력하게 만들고 징병 면탈을 매국하는 사람처럼 몰아붙이고, (병역을) 신성화 하고 난 다음에는 더 강력해졌다. (남성들이) 이 안에서 엄청난 폭력이나 위험을 겪게 돼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군 복무 경험 자체가 나에게 트라우마이고 나에게 피해였다고 말하면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떤 경험을 계속해서 정당화할 이유를 찾아내다 보니 군대 얘기를 할 때 남자들의 논리가 굉장히 이상하게 꼬인다”며 문제의 원인을 군대에서 찾지 않고 다른 존재(여성 등)에게서 찾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 남자라는 존재 자체가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부적절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며 책을 쓰게 된 동기를 털어놨다.

최 작가는 이 책에서 한국 남성들이 ‘상상적 박탈’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젊은 남성들 중에는 아버지 세대가 가장으로 누렸던 것을 자신들은 할 수 없음에 분노하는데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누린 것들) 그 전체 자체가 허상이라는 것이다.   

 

최 작가는 “애초에 한국 남성들이 엄청나게 존경 받으면서 가장 노릇을 했던 적도 딱히 없다. 맨날 술 먹고 집에서 난동을 부리는 폭군이었거나 아니면 돈을 열심히 버느라 대체로 집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말하는 종류의 가정은 한국에 있었던 적이 별로 없는데, 어디서 그런 원형을 보고서 이야기하는 건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늘날 젊은 남성들이 박탈감을 호소하며 드는 근거는 대체로 이런 가부장적인 시대의 아버지가 누린 권위에 관한 것이라는 게 최 작가의 설명이다. “요즘 여자들이 무슨 차별을 받느냐”“남자는 돈 버는 기계다” 등의 호소가 그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박탈감을 호소하는 젊은 남성들은 대개 자신들이 말하는 아버지의 권위나 남성성을 경험하거나 보고 자랄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최 작가의 문제 의식이다.

최 작가는 코넬이 말했던 ‘가부장적 배당금’의 문제를 거론하며 결국 우리 사회의 최고 남성성은 ‘능력 있고 돈 많은 남자’라고 설명한다. ‘가부장적 배당금’이란 권력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소수의 남자를 제외한 남자들이 이런 남성성의 헤게모니가 존재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남성성을 수호하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은 코어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코어에 있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다. 심지어 자신이 남자가 아니라 해도 문제가 없다. 그 언저리에서 남성성을 지키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만 희생되고 또다른 사람들에게 휘두르는 존재가 된다. 그렇게 해서 지켜낸 남성성의 헤게모니는 결국 남성 내부의 높은 사람들이 다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의 남성성에는 미래가 없다고도 진단했다. 최 작가는 “미래를 새롭게 여는 존재는 될 수 없는 것 같다”며 “이 책을 통해 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이상적인 남자’같은 건 없고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이제는 ‘남성성이라고 불리는 알 수 없는 것’ 말고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저자의 문제의식과는 별개로 남성들은 채널예스의 ‘한남’이 “혐오 표현”이라며 예스24 탈퇴 러시 중이다. 채널예스는 홍보 메일 제목뿐 아니라 최 작가와의 인터뷰 서두에서도 “‘어쩌면 그렇게 한(국)남(자)스럽니?’라는 말 앞에서 태연할 수 있는 한국남자는 몇이나 될까”라고 썼다. 이 인터뷰에도 항의의 댓글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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