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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 화재’ 한국의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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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303
  • 2018.10.14 07:20

체포 즉시 국적 공개…

학교 이름 보도 10건인데 국적 보도는 1천 건


“스리랑카에서라도 6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인터넷카페 별명: 경기도v무슬림난민out)

“풍등은 거짓말이고 외노자(외국인노동자)가 사주받아 테러한 것일 수도.”(안전한세상서울광진구)

“스리랑카인 이슬람 테러로 규정해야 한다.”(대구v터뷸런스)

10월8일 저녁 ‘경찰, 고양 저유소 화재 관련 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긴급체포’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난민과 이주노동자에 반대하는 인터넷카페 ‘난민대책 국민행동’에는 수십 개의 게시물과 댓글이 쏟아졌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팩트(사실) 없는 ‘가짜뉴스’가 대부분이었다.    

 

우선, 소방 당국이 추산한 피해액은 600억원이 아닌 43억4951만원이었다. 풍등을 날린 건설노동자 ㄱ(27)씨가 이슬람교 신자인지, 해당 화제가 테러인지는 밝혀진 바가 전혀 없었다.

경기도 고양 저유소 화재는 10월7일 오전 10시56분께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일어나, 진화에만 17시간이 걸렸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수사한 결과 1㎞ 떨어진 강매터널 공사 현장에서 날아온 풍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풍등을 날린 ㄱ씨를 긴급체포했다.

미국인이었어도 그랬겠나

“최초에 풍등 날리기 행사를 한 초등학교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경찰과 기자가 조심하면서도 ㄱ씨의 국적을 밝히는 데는 거리낌이 없었다.”

ㄱ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최정규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 내용 발표와 언론 보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화재 발생 시점부터 10월11일 현재까지 ㄱ씨의 국적을 밝힌 보도는 1천 건이 훌쩍 넘지만, 초등학교 이름을 밝힌 보도는 10건 안팎이다. 수사기관과 언론이 화재의 원인이 된 풍등을 날린 두 주체에 대해 이중 잣대를 갖고 접근했다는 거다. 이주노동자와 난민을 반대하는 카페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확대재생산됐는데, 경찰이 ㄱ씨의 신병을 확보한 직후 출신 국적을 밝힌 것이 빌미가 됐다.

경찰 ‘과잉수사’ 검찰이 기각 

 

이주노동자를 돕는 인권단체 등에서는 “미국인이나 독일인이었어도 이렇게 국적이 다 드러났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탄식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도 “피의자의 국적 공개와 관련한 업무 지침을 본 적은 없지만 외국인도 개인정보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죄가 확정되지 않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국적을 공개해 2차, 3차 피해가 생기면 안 된다”고 했다.

긴급체포한 ㄱ씨를 수사한 고양경찰서는 10월9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중실화(중대한 과실로 인해 물건·건물을 태워없앤 범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두 차례 기각했다. 검찰은 ㄱ씨가 풍등 날린 행위가 중실화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거나,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체면이 깎인 경찰은 ‘과잉수사’라는 비난에 부닥쳤다. 화재의 직접 원인이 된 것은 ㄱ씨가 날린 풍등 불씨였지만, 전문가들은 송유관공사의 허술한 시설 안전관리가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송유관공사는 풍등이 떨어져 휘발유 탱크 인근 잔디에 불이 붙은 지 18분이 지나도록 화재 발생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휘발유 탱크에는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증기를 회수하는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전국에는 고양 저유소를 포함해 8곳의 저유소가 있는데, 경기도 성남 판교 저유소만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다. 나머지는 정부가 지정한 기준(1억5천만ℓ)에 못 미쳐 국가중요시설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저유소 관리에 큰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해준 ㄱ씨에게 되레 감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명무실한 언론 보도 준칙

이처럼 구조적 화재의 원인을 살피지 않고 ㄱ씨 수사에만 집중한 경찰은 강한 질타를 받았다. 10월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나선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개 풍등 불씨에 국가기간시설에서 폭발 화재 사고가 났다.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느냐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온다. 방어 장치가 있는데 작동하지 않았고,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 경찰이 조사한 흔적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 청장은 “(사건의) 본질에 유념해 수사를 확대했다. 중실화 부분에 대해 법리 검토를 차분히, 충분히 해서 법리상 시비 소지가 있는 부분도 해소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언론은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용어 선택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다.”(인권보도준칙 총강 6항)

“언론은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인권보도준칙 분야별 요강 5장)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작성한 인권보도준칙이다. 이번 저유소 화재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언론은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수사 당국이 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용의자의 국적을 밝혔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아야 했다. 법무법인 덕수의 조영관 변호사는 “보도 시점에서 중요한 사실은 용의자가 체포됐다는 것이다. 용의자의 국적은 전혀 중요한 정보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범죄 관련 보도에서는 국적과 종교가 제일 먼저 나온다. 외국인이 늘어나면 범죄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게 조사되는 데는 이러한 언론 보도 태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언론보도준칙은 12장에서 “범죄 보도에서 사건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우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종교나 인종, 장애 여부, 성별, 국가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오히려 침착했던 것은 영장을 기각한 검찰과 민심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세요’라는 청원에 3천 명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민변 관계자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줄 알고 영장실질심사를 준비 중이었는데 좀 놀랐다”고 했다. 그는 ㄱ씨 옹호 여론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세월호 침몰 이후 모든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유병언을 찾아헤맨 경찰을 떠올렸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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