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씨는 오늘도 장보는 것이 두렵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높은 물가도 여전하다.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생선들이 싸게 나온 것을 보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 무더위에 혹여 생선에 세균이 번식하지는 않았을지, 집에 가져가는 동안 상하지는 않을지도 걱정이다. 결국 다른 찬거리를 사기로 결정하고 발길을 돌렸다.
역대급 폭염이 국민 생선 가격 하락까지 불러왔다. 난류성 어종인 병어와 고등어, 갈치 등이 수온 상승으로 예년보다 빨리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 어획량이 많아지면서 가격도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유독 고온다습한 날씨에 보관 및 변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낮은 가격에도 불구, 올 여름 생선 수요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8㎏·중) 가격도 1만3392원으로 전월 평균 2만1647원 대비 38.1%나 꺾였다. 대구의 경우 한류성 어종이지만 먹이는 난류성 어종인 청어, 새끼 고등어나 멸치 등이다. 이에 먹이를 따라 우리나라 인근 바다로 몰려왔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측 설명이다.
가격 하락은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한반도 근해에 난류성 어종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어획량이 증가하며 나온 변화라 볼 수 있다"며 "특히 고등어의 경우 지난 6월 한 달 간 진행된 대형선망어선의 자율휴어기가 종료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등어의 지난달 공급 물량은 약 88만t으로 전년 대비 15.3% 늘었고 6월보다는 24.1%나 증가했다. 대구의 경우 지난달 5만3685t이 거래되며 전년 동월 대비 71.1% 증가했고, 6월과 비교해선 57.7% 늘었다.
폭염이 본격화된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8일까지 롯데마트의 생선 매출은 평균 19.5% 줄었다. 갈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고 고등어도 1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도 갈치와 고등어 매출이 각각 17.3%, 8.2% 떨어졌다. 추현우 롯데마트 상품기획자(MD)는 "가격이 저렴해졌지만 워낙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다보니 작년에 비해서도 수요도 감소했다"면서 "더운 날씨에 보관 및 변질에 대한 우려로 여름철에 생선류를 많이 찾지 않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