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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불편해진 TV…시청자 “웃어도 될까?”

  • LV 14 아들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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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273
  • 2018.07.18 20:29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느낀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의 논란을 지켜본 지상파 예능 피디 ㄱ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달 7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는 배우 신현준이 초대손님으로 나왔다. MC들은 그에게 “기봉이 인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씨의 우스꽝스러운 흉내에 출연자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기봉이는 신씨가 출연한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실존 인물인 지적장애인 마라토너 엄기봉씨를 모티브로 했다. 시청자들은 ‘장애인 연기를 웃음거리로 삼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ㄱ씨는 동종업계에 사람으로서 ‘전참시’ 제작진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해당 장면은 방송에서 많이 써왔던 웃음코드였다”며 “예전에 같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모두가 웃었는데, 이제는 비판을 받는다.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걸 깨닫는다.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들이 많이 변해야 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 시절의 낭만, 이공일팔년에는 불편함으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과거에는 사소하게 넘겼던 사안을 불편하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김은정씨(31)는 최근 라디오를 듣다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90년대 히트곡을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는데,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이 흘러나왔다.

“어쩌다 맘에 드는 그녀, 남자친구가 있고~ 별로 예쁘지 않은 그녀, 괜히 콧대만 세고~ 거리에서 본 괜찮은 여자에게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보면, 항상 젤 못생긴 친구가 훼방을 놓지~ 이야 이야 이야 이야. 나도 이젠 다른 친구들처럼 맘에 드는 누군가를 사귀어보고 싶어. 주위를 보면 나보다 못난 남자들이 다 예쁜 여자와 잘도 다니는데 나는 왜 이럴까.”

김씨는 “가사에 여성에 대한 비하의 시선이 담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과거 노래를 현재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지금 이런 가사의 노래가 나왔다면 크게 논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 낭만적이거나 호기롭게 보였던 행동이나 말들이 이제는 다르게 평가되는 것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미묘는 “공일오비의 ‘수필과 자동차’, 푸른하늘의 ‘오렌지나라의 앨리스’ 등 다수의 노래가 90년대 급부상하던 소비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여성을 비판의 타깃으로 삼았다”며 “그 시절 유망하던 창작자들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시대상을 신랄하게 표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한계는 여전했던 것이 아니었나”고 말했다.

시청자 “웃어도 될까?”…제작진 “변해야 산다”

‘벌칙’으로 표현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과도한 가학성도 문제가 된다. 지난 8일 방송된 SBS <런닝맨>에서는 게임에서 진 출연자들에게 ‘윙 워킹’이라는 벌칙을 수행하게 했다. 출연자는 경비행기 위에 부착된 의자에 앉아 비행을 해야 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유재석과 이광수가 벌칙을 받았다. 카메라는 침까지 흘려가며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는 출연자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본 뒤 “웃어야 하냐”고 되물었다. 출연자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고 이를 웃음거리로 삼아도 되냐는 반응이었다. 문제가 되자 연출을 맡은 정철민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벌칙과 관련해서 멤버들의 동의를 구했다”며 “(윙 워킹은) 30년 동안 무사고인 레저스포츠”라고 말했다.

 

일각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윙 워킹 벌칙 장면은 순간 시청률 7%를 넘기며 해당 회차 ‘최고의 1분’ 타이틀을 얻었다. 상대방을 희화하거나 고통스럽게 만들어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아직까지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데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프로그램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진다. 온라인 동영상 유통 채널에서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영상이 넘쳐나는데 방송에 대한 규제만 더욱 심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도 표한다. 다만, 시대가 변한 만큼 제작자들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tvN <코미디 빅리그>나 KBS <개그콘서트> 등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역시 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는 KBS 양혁 PD는 시청자들이 방송에 기대하는 도덕적인 기준이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배제하고도 웃음을 줄 수 있는 영리한 방식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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