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원숭이상

  • LV 7 공미니
  • 비추천 2
  • 추천 9
  • 조회 4705
  • 2017.07.21 00:44
지난번, 일 때문에 거래처를 찾아갔다 응접실로 안내받은 적이 있다.

거기 들어온 건 처음이었는데, 고가로 보이는 그림 옆에 거무칙칙하고 섬뜩한 상이 하나 놓여있었다.

차를 마시며 담당자와 거래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 상이 무엇인지 계속 신경쓰였다.



하지만 일과 관련도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무례하다 싶어 참고 있던 와중, 상대가 [카탈로그를 가지고 올테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라며 자리를 비웠다.

나는 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입을 크게 벌리고 짖는 원숭이 형상이,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무로 만든 게 아니라 진짜 원숭이처럼 보였다.

다만 박제와는 다르게 털이 없었고, 생선 마른 것 같은 색과 질감이었다.

마치 미라인 것 마냥.



높이는 받침대를 포함해 1m 가 채 되지 않았다.

찬찬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원숭이의 크게 벌어진 입에서 검붉은 애벌레 같은 것들이 기어나왔다.

바싹 마른 원숭이와는 달리, 번들번들 젖은채 꿈틀대고 있었다.



깜짝 놀라 물러서는 순간, 원숭이 입에서 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흔들린다, 흔들린다... 내일 아침, 흔들린다...]

확실히 그렇게 들렸다.



그리고 애벌레 같은 것은 쑥 들어가, 다시는 말을 하지 않았다.

멍하니 있는 사이, 담당자가 돌아왔다.

[아, 그 원숭이상에 흥미가 있으신가요?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뭐, 장소에 맞질 않으니... 우리 회사 선대 사장님이 아끼던 건데, 결정을 내리기 힘든 문제가 있으면 글쎄 예언을 해줬다지 뭡니까.]



[...예언,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나는 겨우 목소리를 내서 물었다.

[설마요. 소리 한번 낸 적이 없습니다. 뭐, 내다버리기도 그렇고, 이렇게 화제가 없을 때는 가끔 도움이 되니까요.]



소파에 앉자 겨우 좀 안정되었다.

지금 본 걸 말할까 싶었지만, 담당자가 말하는 걸 보니 어설픈 농담으로 여길 것만 같아 그만두었다.

겨우 미팅을 마친 뒤, 나는 퇴근했다.



집에 돌아온 후, 방재용품도 확인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놨다.

흔들린다는 예언은 아마 지진을 말하는 거겠지.

그렇다고 방송국이나 정부 기관에 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친 사람 취급이나 받을테니까.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지만, 회사 동료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다만 고향의 부모님에게 내일 아침 지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화만 했을 뿐.



부모님 역시, 웃어넘기셨다.

다음날, 나는 긴장한 나머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4시에 일어났다.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귀중품을 넣은 가방을 품에 안고 있었지만,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출근시간이 되어, 나는 회사로 향했다.

8시가 넘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항상 아침을 먹는 호텔에 들렀다.



사람이 많아 합석을 하게 되었다.

재빨리 먹어치우는 와중, 탁자 위의 접시와 컵이 덜덜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 [왔구나!] 하고 외치며 일어섰다.



가게 안의 손님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합석한 대머리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 버릇이에요. 아무 생각 없이 그만...]



그 후, 아무 일 없이 그 날은 평범하게 지나갔다.

추천 9 비추천 2

트위터 페이스북 다음요즘 싸이공감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
공포게시판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조회 추천
알림 공포게시판 이용시 주의사항 (5) LV admin 허니스 14750 21
1248 중고 물건에 귀신붙은 썰 LV 2 한강데이트 453 2
1247 부부가 한밤중에 방문했던 미스테리한 한식당의 정체 ㄷㄷㄷ.JPG (8) LV 2 조이준 2286 10
1246 극한 상황 속 인간의 본성 (1) LV 2 조이준 1710 6
1245 (공포) 물속에 서 있는 시체 괴담 (1) LV 2 조이준 1660 6
1244 화장이 변신수준 (5) LV 20 시네마천국 3790 4
1243 실화인가 주작인가 (1) LV 20 시네마천국 3089 4
1242 인형인가? 사람인가? (1) LV 20 시네마천국 2832 3
1241 좀비분장? (1) LV 20 시네마천국 1835 4
1240 클릭금지 잔인혐오 LV 20 시네마천국 2809 4
1239 아이구 무시라~~~ LV 20 시네마천국 1771 2
1238 어이구야~ (1) LV 20 시네마천국 1322 2
1237 가면인가 분장인가 (심약자 클릭금지 혐오성 높음 호러 잔인) LV 20 시네마천국 2167 4
1236 무서븐 공포 영화장면??? LV 20 시네마천국 1865 3
1235 할로윈 가면 LV 20 시네마천국 1291 3
1234 어우...개 무섭... LV 20 시네마천국 1561 3
1233 피눈물 가면~ LV 20 시네마천국 1201 2
1232 귀신 가면 LV 20 시네마천국 1096 2
1231 무서운 분장 LV 20 시네마천국 1161 2
1230 귀신 메이크업 LV 20 시네마천국 1211 2
1229 귀신 가면 LV 20 시네마천국 1190 2
1228 리얼한 마네킹 LV 20 시네마천국 1542 2
1227 무서븐 가면 LV 20 시네마천국 1052 1
1226 좀비? LV 20 시네마천국 990 1
1225 ㄷㄷㄷㄷㄷ LV 20 시네마천국 1102 1
1224 마네킹이라도 리얼함...ㄷㄷ LV 20 시네마천국 1890 1
1223 충격과 공포 (심약자 주의, 잔인함, 클릭금지) LV 20 시네마천국 1895 1
1222 주작인가? 현실인가? 내가 다 뜨겁다 LV 20 시네마천국 1551 1
1221 미친가면..ㄷㄷㄷㄷ LV 20 시네마천국 1314 1
1220 머리 따로 손 따로..ㄷㄷㄷㄷㄷㄷ (1) LV 20 시네마천국 1552 1
1219 단체로 이게 뭐하는 상황? (1) LV 20 시네마천국 1769 1
광고 · 제휴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운영참여·제안 |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right © www.uuoob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