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념 강요 혁신학교’ 보도에, 졸업생 “사실과 다르다”

  • LV 15 아들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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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2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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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정치 편향적 생각 주입한다”

‘중앙일보’ 혁신학교 비판 기사에

해당학교 졸업생, 대자보로 반론

“학생 대상으로 정치적 발언·행동 전혀 없어”




“혁신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정치 편향적인 생각을 주입한다”고 보도한 언론에 대해, 혁신학교 졸업생이 서울시교육청에 대자보를 붙이고 반론을 제기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사 내 알림판에는 “중앙일보의 ‘혁신학교의 민낯’ 기사에 대한 혁신학교 졸업생의 반론”이라는 제목의 대자보( 위 사진)가 붙었다. 스스로 “에이치(H) 혁신 고등학교 2기 졸업생 케이(K)”라고 밝힌 대자보 작성자는, “에이치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다룬 중앙일보 보도가 확대과장 되었으며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었다”며 이를 해명하기 위해 대자보를 쓴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0일치 “ 학생이 축제 때 번 돈, 교사가 노조에 기부” 제목의 기사(‘혁신학교의 민낯’ 시리즈의 첫 편)에서 서울의 혁신학교 에이치(H) 고등학교에 근무했던 에이(A) 교사의 ‘증언’을 통해 혁신학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주로 담은 바 있다. 에이 교사는 “8월 학교 축제가 끝나고 학생들이 번 수익금을 어떻게 쓸지 논의하는 자리에서 미리 각본이라도 짠 듯 5~6명의 교사가 쌍용차 노조에 기부하자며 언론자료를 돌리”더라고 밝혔다. 또 기말고사를 앞두고 한 남학생이 ‘쌍용차 노조의 연극을 보러 가야 한다’며 자율학습에 빠졌던 일화를 이야기하며, “시험 직전에 정치적 색채를 띤 연극을 보도록 학생의 등을 떠미는 게 과연 교사가 할 일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교조 교사 등이 정치 편향적인 생각을 주입한다”는 것이 혁신학교에 대한 에이 교사의 종합적인 비판이었다.

그러나 케이가 대자보에서 직접 밝힌 사건의 내막은 보도와는 달랐다. 2014년 학교 축제 준비 중 엔지오(NGO) 동아리의 전시 주제를 고민하던 케이는, 시사주간지를 보다가 쌍용차 노조와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돕는 ‘노란봉투’ 캠페인을 알게 되어 자그마하게 관련 전시를 꾸몄다. 또 엔지오 동아리가 우수 동아리로 꼽혀 상금을 받게 되자, “담당 선생님께 상금을 ‘노란봉투’에 기부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동아리원들의 동의 하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때 받은 상금으로 쌍용차 노조에서 진행했던 ‘노란봉투’ 제목의 연극 표를 샀는데, “연극을 꼭 봐야 한다는 선생님의 강제는 일체 없었고, 동아리원들이 전부 다 보러간 것도 아니”라고 한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달하면서, 케이는 “에이치 고등학교에서 쌍용차 노조 관련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아니라 저였으며,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기부가 이루어진 적 없고, ‘노란봉투’ 연극 관람도 강제가 없었다는 점과 더불어 제가 경험한 에이치 고등학교 수업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당시의 정치적 이념과 직결된 발언/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 적 없음을 명백히 밝힙니다”라고 썼다.

마지막 대목에서 케이는 “마지막으로, 중앙일보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떨어지는 집세로 교육의 방향을 운운하는 대신, 몇 십 년째 학생들을 소고기덩이처럼 등급 매기고, 뒤쳐지는 사람은 ‘실패자’로 만들어 자살까지 몰아가기도 하는 현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과 비판을 하시길 진심으로 충고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말 ‘혁신학교의 민낯’ 시리즈를 네 차례에 걸쳐 연재했는데, 일부 학부모들의 기피 여론과 집값 걱정을 연결시키는 등 시리즈 전체를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채웠다.

<중앙일보>의 해당 기사가 나왔을 당시, 이미 에이치 고등학교 쪽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바 있다.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의 12월30일치 보도를 보면, 에이치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동아리별로 학생들이 협의해 기부처를 결정해온 전통에 따라 수익금을 여러 단체에 기부했다”, “축제 후 수익금 기부처를 공유하는 교사 회의 자리에서 ‘엔지오 동아리’ 담당 교사가 관련 내용을 안내했고 기부처를 정하지 않은 동아리의 수익금을 같이 기부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바는 있으나 학생 동아리별로 자율적으로 기부처를 정하도록 하자는 안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외에 체류 중인 케이(김아무개, 23)는 20일 오후 <한겨레>와의 채팅에서 “중앙일보가 그 때 있었던 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왜곡해서 ‘전교조 마녀사냥’에 동원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한 데 대해 무척 화가 났다. 안 그래도 일부 사람들이 혁신학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까내리기만 해서, 이번 일로 시선이 더 안 좋아질까봐 걱정이 되어 대자보를 붙이게 됐다”고 밝혔다. “혁신학교에서 정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성적에 상관없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고,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이나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는 점을 혁신학교의 좋은 영향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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