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도 '빽' 없으면 못한다"…대학가 편의점 경쟁률 10대1

  • LV 14 아들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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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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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알바·고용시장 '메뚜기'된 대학생, ‘하루살이’ 젊은 사장”

대학 인근 편의점 알바, ‘10대 1’


지난달 23일 광주광역시청사 1층 로비. 자기소개서와 회사 안내책자를 손에 쥔 500여 명의 젊은이가 청사 로비를 꽉 채웠다. 광주시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청년 일경험드림사업’에 참여하려는 구직자들이었다.

이날까지 사흘간 진행된 현장매칭 행사에는 총 1035명이 방문해 788명이 신청 원서를 냈다. ‘교육과 노동이 단절된 청년들의 일자리’라는 사업 취지에 따라 대학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학생 정선진(21·여)씨는 “시간당 8410원(광주시 생활임금)을 받고 주당 25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재학생과 휴학생은 대상이 아니라는 말에 맥이 빠졌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청년 구직자들의 절망감이 높아지고 있다. 편의점이나 PC방·카페 업주들 상당수가 알바생 대신 직접 카운터를 보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대학교 인근에 자리한 편의점의 경우 알바생 1명을 뽑는데 10여 명이 지원할 정도다. 과거 흔했던 식당·독서실 등에서 일하기조차 어렵게 되면서 “인맥이 없으면 알바도 못 구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학 휴학생인 박성찬(23)씨는“군 전역 후 1년 넘게 일하던 호프집이 문 닫은 뒤로는 제대로 된 알바를 잡지 못했다”며 “방학 전후로는 평소 알바를 하지 않던 학생들까지 몰리는 탓에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하루살이 같은 창업” 폐업하는 젊은 사장들



취업 장벽을 피해 창업을 택한 ‘젊은 사장’들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제 여파로 종업원 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로는 회식 자리까지 크게 줄어서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닭요리 전문점을 하는 박모(27)씨는 이달 초 20㎡(6평) 크기의 가게를 내놨다. 지난해 2월 창업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박씨가 생애 처음으로 문을 연 가게는 아내와 2살 난 딸 등 가족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다.

고교 시절부터 음식점을 여는 게 꿈이던 박씨는 고3 때 한식 자격증을 땄다. 대학에서 호텔조리학을 전공한 그는 군 전역 후 서울 이태원과 연신내 등의 쇠고기·닭고기 전문점에서 일하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이후 박씨는 현장에서 10여 년을 보고 배운 경험을 살려 가게를 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불황 속에서 근근이 가게를 운영하던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역대급 폭염 등 악재가 겹친 것이다. 박씨는 “가뜩이나 경기가 얼어붙어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올여름 계속된 폭염과 태풍 때문에 식재료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오른 것도 타격이 컸다”며 “개업 후 하루 벌어 하루를 어렵게 버티다 보니 내가 마치 하루살이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기존 취업자들, “경기 위축에 재취업 공포 커”

  

고용환경이 나빠지면서 기존 취업자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지게차 운전기사로 일하던 김성진(48·가명·경남 통영시)씨는 지난 4월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직원 150명이 일하던 회사가 경기 악화로 인해 일감이 줄어들자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김씨는 조선업이 호황일 때인 2007년과 2008년만 하더라도 300여만원의 월급을 받았으나 퇴사 직전에는 200만원까지 줄었다. 조선업이 불황에 접어든 2016년부터 각종 수당이나 급여가 줄줄이 깎이면서 월급봉투가 얇아진 것이다.

김씨는 현재 실업급여 150여만원과 아내가 어린이집 보조교사를 해서 번 10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실직 후 가계지출을 크게 줄였지만, 아들 2명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벅찬 상황이다. 김씨는 실직 후 통영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현재까지 재취업을 하지 못했다. 퇴사 후 구직사이트를 통해 4곳에 입사지원서를 내보고 직접 회사 3곳을 찾아가 구직 신청도 했지만, 연락을 해오는 곳이 없다. 김씨는“월급 수준을 떠나 5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재취업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공포”라며 “오는 11월이면 실업급여도 끊기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이들, “올 하반기 구직난 더 커질 것”

일자리에 대한 구직자들의 불안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청년구직자 4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7%가 ‘상반기보다 구직난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경기 부진으로 기업 채용 축소(55.6%)’, ‘청년실업률 증가로 높아진 경쟁률(50%)‘, ‘최저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고용정책 변화(33.5%)’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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