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애국을 말하는가'

  • LV 8 airwolf
  • 비추천 5
  • 추천 32
  • 조회 4467
  • 2016.02.10 11:44
  • 문서주소 - /bbs/board.php?bo_table=free&wr_id=461868



총 삼백 아흔 세 글자. 기억하시는지요.

지난 1968년 12월 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발표한 국민교육헌장의 총글자 수입니다.

지금도 누군가 물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암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물론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군부정권이 발표한 이 국민교육헌장은 당시 '국민'이 되기 위한 필수 교양이었습니다.

학교에선 이 긴 글을 통째로 외우지 못할 경우 학생들을 집에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각종 입시와 입사시험에도 의무적으로 출제가 되곤 했지요.

그러나 애국심을 달달 외워야 했던 시대 주입된 애국심은 오히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불러왔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애국심.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에서 강조된 조항입니다.
애초에 담겨있었던 민주성과 도덕성, 공익성과 다양성.. 민주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추구해야 할 항목들은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지금의 공무원들에게 애국심이 없다고 보긴 어려울 텐데 애국심을 법률에까지 명기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스템은 필요하지 않다.. 나라를 위한 충.. 윗사람을 위한 상명하복. 생각은 물론 행동까지 몸 바쳐 일할, 그런 애국이 필요하다는 강조일까요?

하긴 이미 작년 공무원 시험에서 '교과서 국정화'와 '국가체제 전복세력'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애국가 4절'과 '국기에 대한 맹세' 암기까지 나왔다고 하니.. 애국심은 명문화되지만 않았을 뿐 이미 공직선발기준이 되어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느끼는 가슴 뭉클한 감동 그렇게 "애국가 4절 완창"을 강조했던 총리.

"애국심"은 어느새 국민과 비국민을 가르는 기준이 되어버렸고 지금의 세상은 누군가에게 애국심을 증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 애국이란 무엇인가.

국민교육헌장, 애국가 완창, 태극기 게양 이런 게 아니라.. 그저 말없이 헌법이 정한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는 것 아니었던가.

군대에 가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교육을 받고,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일하는 우리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가 아니던가.

각종 해괴한 질병으로 군 면제를 받고, 자녀 병역논란에 진땀을 흘리고, 체납된 세금쯤이야 부랴부랴 몰아서 내면 되고,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쯤은 필수과목이 되어버린.. 어떤 분들이야말로

그 애국이란 단어. 입에 올리면 안 되는 것은 아닐지..

오늘(28일) 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추천 32 비추천 5

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