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못지 않은 은 이야기

  • LV 7 태공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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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213
  • 2015.04.0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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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부처님이 이 세상에 사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손에는 은(銀)쟁반을 다른 손에는 금(金)쟁반을 들어 기도하니 하늘에서 금(金)쟁반 위로 금벌레 다섯 마리. 은(銀)쟁반 위로는 은벌레 다섯 마리가 떨어졌다. 그리고 이들이 자라 금벌레는 남자가 되었고, 은벌레는 여자가 되었다. 함경남도 지방에 전해지는 이 무속 신화에서 보듯 오랜 세월 사람들은 금은 남성, 은은 여성을 상징한다고 믿어 왔다.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이야기 같은 설화에서처럼 대개 은은 금 다음 서열을 차지하는데, 알고 보면 은도 금 못지않은 값을 한다.

다른 어떤 물질보다도 전기의 열을 잘 전하고 빛을 잘 반사하며 녹과 부식에 강한 은(銀)은 가장 효과적인 정수제이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일찍이 액체를 항상 신선하게 유지하는 은의 성질을 알고 활용했다. 미국 서부 개척자들은 긴 여행을 떠날 때 우유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유 주머니 속에 은화를 넣어 두었고, 오늘날 우주왕복선에서도 음료수를 정화라기 위해 역시 은을 이용하는 정수방식을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은(銀)은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약 650종의 세균을 소독하고, 암세포를 탐지한다. 햇빛을 전기로 바꾸고, 자동차 시동을 걸고, 컴퓨터를 조작하고, 제트 엔진을 작동시키는 데도 긴요한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는 은이 자명종을 울리게 하고 거울에 얼굴이 비치도록 해 준다. 전자시계와 보청기는 은전지로 작동한다. 얼마 전에는 은합성 원단 기술로 만든 옷이 몸속 세균 발생을 막고 살균 작용을 한다고 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

은(銀)의 이런 수많은 효용가치를 몰랐던 옛날에는 채굴되는 은이 금에 비해 양도 적고, 까다로운 정제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어 금보다 낮게 인식되었다.

그러나 흰색을 숭상하는 민족성 때문에 은을 더욱 귀하게 여겼던 우리 조상들은 희게 반짝이는 우주의 별들을 은하계, 은하수 등으로 불렀고 귀한 이이를 “은자동아 금자동아” 하고 불러 금보다 은을 앞세웠다. 고려 숙종 때에는 우리나라 지형을 본뜬 “활구”라는 은병을 화폐로 통요하였으며, 그 가치가 쌀 여다섯 섬에서 쉰 섬 가량이나 되었다.

서양에서는 은이 순수, 순결, 양심을 상징한다. 그래서 서양 전설에 등장하는 “늑대인간”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은으로 만든 총알뿐이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이러한 은의 상징성 때문에 종교 의식에 사용하는 성배, 방울 등을 은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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