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보육교사들은 아이를 어떻게 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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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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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학부모에 어린이집 개방

맞벌이 부부에 인기 日 사립보육원

보육은 부모 책임 의식 강한 美

스웨덴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스웨덴 어린이집은 초기에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가 2주간 어린이집에서 함께 머물며 돌볼 수 있도록 권한다. 한유미 교수 제공

잇따른 어린이집ㆍ유치원 폭행사건으로 보육교사와 시설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더 많은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기 위해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폐쇄회로TV를 설치해 보육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국가고시로 사명감에 투철한 교사를 걸러내는 게 해법일까. 스웨덴, 일본, 미국의 보육교사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대우를 받으며,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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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보육교사는 준공무원…경력 15년

호서대 한유미 교수는 몇 년 전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교육학부의 소냐 쇠리던 교수와 함께 한국 어린이집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쇠리던 교수는 당시 보육실 한쪽에 부모가 자녀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유리가 있는 걸 신기해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학부모가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어린이집이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스웨덴 어린이집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보육실 안까지 데려다 주거나 자녀의 초기적응을 돕기 위해 보육실에 함께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자녀를 남의 손에 맡기는 학부모의 불안은 이런 방식으로 완화할 수 있다.

영ㆍ유아 보육 소관 부처를 보건복지부(어린이집)와 교육부(유치원)로 나눈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1970년대 담당부처를 보건사회부로 일원화했다. 1996년부터는 교육부로 이를 모두 이관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프리스쿨’이라는 기관으로 통합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보육교사를 초중고 교사와 통합해 양성하는 개혁을 단행하며 보육교사 양성에도 공을 들였다.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은 일단 각 대학의 교육학과에 입학해 공통과목을 이수한 후 각자 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을 수강하고, 졸업 때 그에 맞는 교원자격증(유아ㆍ초ㆍ중ㆍ고 중 하나)을 취득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인기 있는 데로 학생들이 몰려 교원 수급에 어려움을 불러와 2011년부터 유아교육 전공자는 따로 모집하고 있다.

스웨덴도 보육교사 임금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대신 준공무원으로 신분이 안정적이다. 우선 국공립어린이집 비율(80.6%)이 상당히 높다. 또 어린이집이 알아서 교사를 채용하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지자체가 보육교사를 임용하고 급여도 지자체가 준다.

근무 여건은 한국과 더 차이가 크다. 스웨덴 어린이집도 학부모 출퇴근 시간에 맞춰 종일제로 연중 운영되지만, 교사는 하루 8시간 넘게 근무하지 않는다. 맞벌이 가정을 위해 오전 6, 7시 문을 열고 저녁 7시 정도까지 운영하면서 교사는 2교대 등으로 출근 시간을 달리해 근무한다. 한국은 만 3세 경우 법으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1대 15로 지키도록 하는 식이지만 스웨덴은 한 반에 교사 3명이 15명 정도 아이를 함께 돌본다. ‘팀 티칭’이라 부르는 이 복수교사제도는 영ㆍ유아의 욕구를 개별적으로 충족시키고, 교사의 피로 감소 및 교사간 상호 견제로 아동학대 발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아이를 돌보는 것 이외의 납입금 수납 등 일부 행정업무는 지자체가 맡는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스웨덴의 보육교사는 이직률이 낮고 경력이 길다. 교사는 41세 이상(51.5%)과 36~40세(20.5%)가 대부분이고, 25세 미만(6.0%)이나 26~30세(9.1%)의 젊은 교사는 적다. 보육교사 경력도 15년 이상(52.3%)이나 10~14년(18.2%)이 대다수로 전문성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30세 이하(77.9%) 10년 미만(94.7%)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과 비교된다.

교사 한 명이 7명 돌보는 日 사립보육원

도쿄도 가쓰시카구 히마와리보육원은 보육실 9개에 놀이방을 겸한 도서실, 양호실, 조리실은 물론 실내 놀이터와 수영장까지 갖춘 대규모 보육시설이다. 아동수가 300명을 넘는 도쿄에서도 큰 사립 보육원중 하나다. 이 보육원에 아동이 몰리는 것은 시설이 좋기도 하지만, 운영 시간이 오전 7시~오후 8시로 맞벌이 부부에게 적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다. 차츰 바뀌고는 있지만 일본에서는 오전 8시~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 보육원이 많다.

시바야마 마코토 원장은 “보육원 영업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보육교사의 근무를 1일 2교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토요일에는 보육원에 오는 아동 수가 평일에 비해 적기 때문에 절반 근무 형태로 보육교사의 주 5일제 근무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수는 43명으로 교사 한 명이 아이 7명 정도를 돌보는 셈이다.

일본에서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2년제 단기대학이나 전문학교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정부 실시 자격증 시험에 합격해도 보육교사가 될 수 있다. 시바야마 원장은 보육교사 임금에 대해 “4년제 졸업자의 초봉은 21만엔(192만원), 전문학교나 단기대학 졸업자는 19만엔 정도”라며 “23만엔 이상인 일반 기업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대형 사립보육원과 달리 일본에서는 최근 공립보육원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보육교사 고용이 사회 문제다. 지자체가 재정 형편을 이유로 인건비 줄이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일본보육협의회에 따르면 2011년 전국 공사립 보육원의 85.9%가 비정규적 보육교사를 고용했고, 보육교사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인 공립보육원은 12.7%로, 5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사정이 나빠지다 보니 자격증을 갖고도 보육교사가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이 같은 잠재 보육교사는 60만명에 달한다. 한 조사에서는 이유로 임금문제(47.5%)를 드는 사람이 많았고 다음이 휴가 내기 어렵다(37.0%)였다.

일본은 2017년까지 5만명을 추가 수용할 보육원을 갖추기로 하고, 보육교사 임금 인상 등을 위해 1조5,000억엔 예산 마련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 연기 등 증세를 극도로 억제하는 마당이라 예산 확보가 될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이타마현 보육원에서 15년째 근무하는 보육교사 고토 유리코는 잇따르는 한국의 어린이집 폭행사건에 놀라며 “임금은 열악하지만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과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신주쿠구의 보육원 관리를 맡고 있는 무토 히로시 구청 아동계장은 “보육원 같은 데서 아이들이 상처 받는 사건이 일어나면 즉각 관련자들을 형사고발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보육교사 앨리나 리앨리나 리 교사가 미국 보육시설에서 사용하는 어린이용 학습교재를 소개하고 있다.

美 보육교사 “박봉이지만 행복감도”

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카운티 보육시설(Child Care Ceter)에서 11년째 근무하는 앨리나 리 교사의 사명감은 한국의 여느 보육교사와 마찬가지로 높다. 페루 출신 이민자인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즐겁고 아이를 돌보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남매를 둔 엄마인 리는 “매일 10여명 우리 반 애들이 웃으며 품속에 안길 때마다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리가 “아침 9시에서 저녁 5시까지 일하는데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하는 걸 보면 미국 보육교사들 역시 노동강도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올해는 만 4세 전후 어린이 그룹을 맡고 있는데 이들을 돌보면서 수학, 미술, 음악 수업도 진행해야 한다. 그는 “보육센터 운영은 지자체의 엄격한 지침에 따라 운영되며 모든 보육교사는 연간 15~2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보육교사의 어려움 중 우선은 낮은 보수다. 리 교사는 “11년차라 박봉은 면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직업별 임금통계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평균 연봉은 1만9,600달러(2,200만원ㆍ2013년 기준)이며, 상위 10%에 속하는 대도시 지역의 경우도 3만달러(3,3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보육교사 가운데 46%는 저소득 가구로 분류돼 각종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낮은 임금은 ‘보육은 부모나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청교도 전통의 영향도 있다. 국가 책임보다는 시장 역할을 중시하다 보니 미국의 아동 1인당 정부 지원액은 프랑스의 5분의 1, 스웨덴의 8분의1 수준이다. 적은 예산으로 교사를 채용해야 하는 구조이므로 낮은 임금을 줄 수 밖에 없다. 고교를 졸업하고 초급대학(커뮤니티 칼리지)에서 6주간 관련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보육교사가 될 수 있는 구조도 저임금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공립 보육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제한적이다. 리 교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교사끼리 당번을 정해 감당하고 저녁 7시면 어김없이 문을 닫는다”며 “주 5일제 근무가 완전히 정착돼 주말은 쉰다”고 말했다.

말썽 피우는 아이에 대해서는 “계속 타이를 수 밖에 없다”며 “소리 지르거나 다른 애들을 다치게 할 우려가 있으면 가두기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그룹과 격리시킨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대해 리 교사는 미국도 드물지만 그런 사건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초 플로리다 파스코 카운티의 한 보육시설에서 40대 여직원이 15개월 여자 아이에 발길질을 한 사실이 밝혀져 형사처벌을 받게 된 사건도 있었다. 그는 “예산 부족으로 우리 센터에는 폐쇄회로TV가 설치되지 않아 아이들끼리 다투거나 놀다 넘어져 다쳤는데도 공연한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유미 호서대 교수ㆍ‘스웨덴의 아동보육제도’ 공저자

도쿄=한창만특파원 [email protected]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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